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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5 madrid 어쩐지 서울과 비슷한 마드리드

가능하면 돈 안 쓰고, 그동안 모아둔 마일리지로 표를 해결하려 하니 옵션이 두 개 있었다 - 새벽 6시 20분과 정오. 겨울이라 가뜩이나 해도 짧은데 정오 비행기를 타면 그날 하루는 공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과감하게 6시 20분 비행기를 타기로 했더니만 기상시각이 4시....... ㅠ.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내게는 잠이 들다가 만 것 같은 시각이다. 공항까지 그래도 한 시간은 걸릴텐데, 택시 안에서 잠깐 눈을 붙여야지 싶었는데, 잠들만하면 오케이? 오케이? 물어보는 남편. 너만 빼면 다  오케이야. 

히드로 공항에서 대충 아침을 먹고 어찌어찌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 
오오! 공항 건물이 뭔가 특이해. 
반짝반짝 최첨단의 건물은 아니지만 이리저리 둘러보게 되는 건물이었다. 내가 막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곰돌이가 이게 richard rogers라는 영국 건축가인 디자인한 건물인데, 아름답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꽤 유명한 건물이라고 애국자 모드도 들어선다. 

마드리도 공항과 시내까지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다길래, 프라도 뮤지엄 부근에 있는 숙소까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얼마나 타고 갔을까. 두리번 거리다가 문 닫고 출발하려는 버스를 세워서 겨우 내렸더니만, 덴장, 한참 먼저 내렸네. 캐리어가 번거롭긴 하지만, 내린 곳이 마침 큰 공원 부근이고 날씨도 청명하길래 그냥 걷기로 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공원에는 가족 단위 사람들도 많고, 운동하는 사람도 많더라. 
런던에서는 공원에서 운동을 한다고 하면, 하이드 파크 같은데 가면 여러가지 바퀴 굴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은 홀로 혹은 기껏해야 연인과 죠깅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근데 이 공원에서는 뭔가 익숙한 장면이 보였다. 
스태퍼며, 허리 돌리는 기구며, 옹기종기 모여앉은 중년 아줌마 아저씨들이며....... 이거이거 어디서 많이 본 건데? 남편이 이거 보라매 공원에서 보던 거랑 비슷하다며 아는 척을 한다. ㅋㅋ그러게나 말이우. 

공원에서 만난 고양이.
 나비야~라고 부르자 손길을 허락할 듯 살금살금 다가온다. 
하지만....... 
녀석은 나를 농락했다. 그래도 나는 당신의 행복을 빌어주겠어. 

나중에 다른 고양이 가족을 만났는데, 살짝 땟국물이 흐르면서 경계심이 많은게 집고양이 같지는 않았다. 내가 따라가니까 하수구 밑으로 쏙 들어갔는데, 고만고만한 아기 고양이들이 밥그릇 주변에 모여있었다. 길냥이지만 아무래도 따로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영국에는 길냥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남편 눈에는 좀 신기해 보였는지, '한국이랑 비슷하다'고 한마디 한다. 

아침이며 점심을 부실하게 먹은지라, 숙소를 나서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타파스를 먹은 것. 식당들이 문 닫는 시간이라 적당한 식당을 발견하기도 힘들었고 현지니까 맛있겠지 싶어서 문 연 식당 아무데나 들어갔는데, 역시 현지라고 다 맛있는 건 아니더라. 진짜 허기만 살짝 속이고 나옴. 
그러다가 발견한 제과점 겸 작은 구멍가게. 1986년 우리동네 124번 버스 정류장 앞에 있던 독일제과점이 생각나는 이 곳이 너무 재밌어서 사진도 여러 장 찍고 빵도 몇 개 사 왔다. 
이건 마지막 날의 사진이지만, 번화가인 calle gran via에서 본 구두닦는 아저씨. 손님이 저기 의자 위에 앉은 채로 구두 닦는 걸 보고 쵸큼 놀랐다.   
마드리드 검색해보면 빠지지 않던 뮤제 드 하몽. 햄 가게인가 했는데 햄도 팔고 간단하고 저렴한 식사류도 파는 것 같다. 여기저기 체인점도 많고, 음식의 수준이나 가격대를 보아하니 김밥천국이랑 비슷한 것 같았다. 

드디어 목적지인 레이나 소피아 박물관에 도착. 일요일인 내일 오후는 프라도 박물관이다. 이유는 단 하나, 그때가 무료입장이었다. 들은대로 무료이긴 하던데....... 그런데 정말 이렇게 관람하기 어려운 미술관은 정녕 처음이었다. 
요즘은 지도나 작품 설명을 자세하게 하지 않고, 유료 지도나 안내서로 유도하는 것이 (적어도 유럽)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추세이긴 하지만, 여긴 좀 많이 심하더라. 평일날 유료로 들어갔으면 좀 나았으려나? 이런 건 별 차이가 없으려나? ㅡ.ㅡa

여하튼 힘들게 찾아서 피카소의 게르니카부터 먼저 관람하고, 다른 작품들을 보는데... 이때까지는 나름 긴장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몰랐는데, 급 피곤이 몰려오는거라? 심지어 전시대 위에 살짝 기대서 졸기까지 한 것 같다. 
정원에 서있던 이 묘한 녀석은 후안 미로 씨의 작품. 

구경이고 뭐고 만사가 귀찮아져서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두 시간 정도만 눈을 잠깐 붙이고 다시 나오려고 했는데, 눈 떠보니 열 시도 넘었더라. 아, 이렇게 오늘 하루는 공치는가 싶었는데, 곰돌이 왈, 스페인의 밤은 이제 막 시작한 거란다. 그러니 우리도 나가서 밤을 즐겨야 한다고. 

숙소에서 번화가인 plaza mayor까지는 도보로 20분 가량 걸리는 곳이었지만, calle de las huertas를 거친 그 길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온갖 바나 클럽이 모여있고, 주말을 즐기는지 밤을 즐기는지 여하튼 사람들이 흥에 취해 보이고, 간혹 문 닫은 가게의 철문 위에는 흥미로운 그림이 있었다. 

plaza mayor에서 맛난 빠에야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아까 지나쳤던 calle de las huertas 거리는 밤이 늦어지니 더 활기차게 보였다. 이대로 들어가기는 좀 아쉬워서 부근 바에서 한 잔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스페인 브랜디인 magno를 주문했는데, 미디엄 사이즈를 시켰더니만 잔을 거진 반이나 채워준다. ㅋ 인심 좋으신 것 마저도 서울이랑 비슷하다. 

by elista | 2012/01/21 08:54 | 나 들 이 | 트랙백 | 덧글(1)

어느 회식

원래의 계획은 5시에 퇴근하면, 시내에 나가서 혼자 쇼핑을 좀 하다가, 7시 가량에 곰돌이를 만나서 온라인으로 봐두었던  커튼을 백화점에 가서 최종 결정하고, 8시쯤에는 백화점 뒷쪽의 식당가 중 한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었음

퇴근 준비를 하는데 직원들이 생일 케잌을 자른다며, 별다른 계획이 없다면 같이 케잌 한 쪽 먹고 가라고 권유함. 별다른 계획이 있지만 7시까지는 여유가 있으므로 그러기로 함

이내 촛불을 밝히고 케잌을 자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훈훈하게 간식 타임을 갖고 있는데.... 누군가가 냉장고 속의 맥주 한 캔을 가져옴

5분 후, 나와 동료는 맥주와 맥주잔을 가지러 윗층으로 향하고 있었음 =.=  (사무실에 야근이 무척 많은지라 평소 쟁여둔 음식이나 술이 많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나는 7시에 남편과 약속이 있노라 슬그머니 운을 뗌

팀장님, 그것도 사무실에서 집까지 편도 두 시간을 걸릴 것 같은 옥스포드에 사시는 팀장님이 아무도 밖에 못 나가!라고 외치심

맥주잔을 들 때 잔바닥을 두 번 치지 않거나, 영어(단어)를 섞어쓰거나, 손가락질을 하면 벌주가 있음. 거의 십 년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하던거구나... 

그 사이 곰돌이는 못 나간다는 내 연락을 받고 동료의 송별회에 가서 한 잔

노래방에서 가무-_-를 마치고 나오니 11시. 두 시간 걸리는 지방 도시에 사는 1인(위의 팀장님 말고)을 빼고는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음

돌아오는 버스에서 지난 달의 점심 시간 수당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음 (출근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점심 회식이 있었는데, 파트타임인 나는 이 회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한 시간 먼저 출근하고 한 시간 늦게 근무 시작함. 영국식으로 두 시간분 수당을 청구할까 하다가 분위기 파악이 잘 안 되어서 그냥 있었는데, 했으면 두고두고 회자되었을 듯)

집에 와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얘기했더니 '과음과 노래방이라니, 정말 authentic한 한국 회사인걸!' 이라고 곰돌이가 놀림

그래도 싫은 사람에게 억지로 노래를 시키지 않는 것은 좋았음 

연말 선물로 고기 준 것도 좋았음

by elista | 2012/01/16 20:44 | 날 적 이 | 트랙백 | 덧글(2)

[도서] 로알드 달 / 전원경 / 벤 크리스탈 & 아담 러스













roald dahl - taste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 소개된 로알드 달의 단편집 '맛' 
이런 작가가 20여년 전에 죽었다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강추인 단편집이다. 
김영하도 지적했지만, 단편들이 재치가 넘치면서도 아주 짓궂다. 권선징악....이라기보다는 징악이랄까. 

영회'찰리와 초콜렛 공장'을 본 사람은 느꼈을 것이다. 어린이용 영화인 것 같은데 어쩐지 어린이용 영화가 아닌 것 같은 그 느낌. 그래, 얄밉고 버릇 없는 아이들은 벌을 받아야돼 싶다가도, 애들이 된통 당하는 걸 보고 있자니 그걸 꼬시다고 하기도 좀 뭣한 그 느낌.

성인용이다보니 나쁜 어른의 나쁜 짓도 버라이어티한데, 참 기가 막히게 혼구녕이 난다. 저 정도 욕심은 나도 부려보겠구만, 저 정도 잔머리는 나도 굴리겠구만,  저 정도 게으름은 나도 피우겠구만 싶은 일에도 혼난다. 많이 혼난다. 나중에는 읽는 내가 마음이 불편해질 지경이지만 번득이는 재치가 불편한 마음을 상쇄하고 남는다. 










전원경 - 런던 미술관 산책 
제목 그대로 런던에 있는 미술관과 그 작품에 대한 책이다. 대부분의 미술관의 경우, 그림 옆에 자세한 설명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나는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 같다. 그림이나 화가, 사조에 대한 설명이 없지는 않지만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저자가 그림을 접했을 때의 상황이나 느낌에 할애되어 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국(런던)의 모습에만 촛점이 맞춰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제목이 절묘하다. 누군가와 산책을 나서게 되면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로 시작해서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책 한 권으로 다섯 개 미술관의 도록을 대신하려던 내가 나쁜 놈이지.  














ben crystal & adam russ - sorry, i'm british
영국 문화에 대한 키워드를 알파벳 순으로 정리했다. 사실의 나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날카롭게 잡아냈다. 아마 kate fox의 watching the english가 비슷한 류의 책이지 싶은데 fox의 책이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고 진지하다면, 이 책은 단순하고 유쾌하다. (이 책은 유머란에 진열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생일 선물의 경우,  fox의 책에서는 '중중층은 어떤 선물을, 중하층은 어떤 선물을 한다, 상류층은 절대로 이런 선물을 하지 않는다, 예외는......' 식으로 굉장히 자세하다. 얼마나 많은 영국인들은 이 세세한 정의에 동의할까 싶을 정도다. 반면 이 책에서는 '생일 선물은 직계 가족만 주고 받는다.'처럼 두리뭉실하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2~3년 이상 영국에 살 계획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집에 쌓인 책 다 읽기 전에는 새 책 안 사려고 했는데, 서점에 서서 a 부분만 읽었는데도 너무 웃겨서 살 수밖에 없었다. 

appropriate : the essentially meaningless adjective at the heart of the philosophy of political correctness. 

apologies : if the british could make anything other than queuing an international sport, then apologising would be it. sadly, this does not mean the british are especially polite. 

arguing : british people tend not to argue. they disagree a lot. 

by elista | 2012/01/11 07:42 | 책 씻 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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